우리집 꼰대
윤미영
1. 피난이의 꿈 (웹툰 작가 / 이정일)
5년 전부터 고향집인 충남 아산에 내려와 부모님의 농사를 돕고 있는 웹툰 작가 이정일. 그의 아버지는 사소한 실수를 그냥 보아 넘기지 못하는 꼰대다. 만화가가 되고 싶어 하던 아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던 집안의 독재자.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두 사람은 일상에서 필요한 대화 말고는 별 다른 말이 없는 서먹서먹한 사이이다. 그러나 작가는 2년간 만나온 여자 친구와 결혼을 준비하며 아버지를 돌아보는 계기를 맞이하게 된다. 작년 3월부터 축협 조합장 선거를 준비해왔던 아버지가 아들 장가를 들이기 위해 출마를 포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작가는 가정을 세우고 자녀들을 기르기 위해 오랜 세월을 걸쳐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해 포기해왔을 아버지의 꿈에 대해 생각한다. 이후, 작가는 아버지를 직접 취재하기도 하고 주변인을 만나기도 하면서 아버지의 유년 시절과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지방을 전전했던 때의 이야기 등을 듣게 된다.
2. 나는 힙합꼰대다 (웹툰 작가 / 김수용)
1992년 SBS 특채 댄서 출신이자 밀리언셀러 <힙합>을 그린 만화가 김수용은 영원히 철이 들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만화가로써 요즘 유행하는 언어에 대한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SNS와는 가까이, 꼰대들과는 멀리하며 살고 있다. 그런 그의 17살 난 딸은 댄서가 되겠다며 최근 댄서 후배에게 기본기부터 춤을 배우고 있고, 19살 첫째 아들은 학교를 다니지 않은 채 만화가의 꿈을 품고 작가에게 그림을 배우고 있다. 한 녀석은 딴따라 기질을, 한 녀석은 환쟁이 기질을 물려받은 것이 틀림없다 생각하는 작가는 자녀들의 꿈을 적극 지지하며 응원하고 있다. 이렇듯 스스로 절대 꼰대가 아님을 자부하는 작가. 그러나 그는 틈만 나면 딸의 SNS에 들어가 딸의 주변을 감시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거나 매일 뭘 하는지 방에만 처박혀 도통 화실에 나오지 않는 아들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을 때마다 자신 안에 숨 쉬는 꼰대의 본능을 느낀다. 그 때마다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다.
3. 학교를 떠난 후 (웹툰 작가 / 정가연)
최연소 웹툰 작가, 18세의 정가연은 늦은 밤, 귀가하시는 아빠의 발소리가 들려오면 후다닥 방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근다. 술에 취해 말을 거는 아빠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같은 말을 반복 하는 아빠. 평소에는 무관심하면서 늘 취해야만 말을 걸어오는 아빠가 싫다.
어려서부터 어딘가에 꾸준하게 다니는 것에 기질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었던 정가연 작가는 고등학 교 1학년을 2개월 정도 다니고 자퇴했다. 아빠는 그 사실을 자퇴 후, 일주일이 지나서야 알았다. 인 디 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는 오빠와도 그다지 살가운 사이가 아닌 아빠는 자녀들의 관심거리에 귀 기울여주고 그 꿈을 밀어주기보다 무조건 공부만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안정적인 직 장에 들어가기만을 바란다. 작가는 작품을 핑계로 꼰대인 아빠를 이해해보려 아빠 회사의 인턴으로 취업하기도 하고 충남 괴산의 고모 댁에도 방문해 아빠에 대해 취재하기도 한다. 여덟 살 어린 나이에 할아버지를 여의고 문학도의 꿈을 버려가며 스스로 인생을 책임지기 위해 고군분투 했던 아빠의 삶에 대해 들으며 아빠와 마주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취재가 깊어질수록 아빠와 자신과의 닮은 점을 발견하게 되는 작가.